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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도 때가 있다
코코9999
2022. 12. 19. 11:58

우체국에 볼일 있다는 둘째와 왔다
원래 내 루틴은
6시 기상
7시 둘째 픽업
7.30 사우나
9시 성당
9.30 동네 작은 도서관 가기인데
둘째 6주 실습이 지난주 끝나서
6시 기상을 안 해도 되고
픽업도 안 해도 되고
늦잠을 좀 자도 되고 ㅋㅋ
(나는 오후 1시ㅡ10.30 일하니까...)
모처럼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다
엉클어진 루틴을 포기하고
김기사~~로 나왔다
둘째가 일 마치기를 기다리는데
한 할머니 들어오신다
내가 입고 싶던
비싼 내픽(내셔널 지오그래픽)
흰 뽀글이(플리스 일명 후리스)를 입고
이상한 걸음걸이로 들어오신다
요즘은 얼굴을 봐선 나이를 통 가늠할 수 없다
신체 나이는 어쩔 수 없는지
체형과 걸음걸이에 지난했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듯하다
괴기스럽다고 표현할 만큼
뒤틀어진 몸과 동작들
당신은 얼마나 아프실까
딸이나 아들이 사줬을 최신 유행 겨울템은 너무 동떨어져 보이고
제 가치를 못하는 것만 같지만
당신은 그 고가의 외투를 입을 자격이 충분하시다
한편으로는
예쁜 것도 때가 있어서
더 늙기 전에 나를 가꿔야 후회가 없겠다는 씁쓸함도 입 안에 감돈다
원래 뷰티에 관심이 없고
마스크 쓴다고 화장품이 썩도록 안 발랐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생
여자로 살아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