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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

코코9999 2022. 12. 6. 09:20

울지는 않았지만 잠이 안 와서..

룸메도 없이(공대생 룸메는 OT 중)
기숙사에서 혼자 잔다고 생각하니
씩씩한 녀석이라 대견하면서도
내심..

첫날을 편히 잔다며 신 난다고 했지만
처음 혼자 낯선 곳에서 잠드는 건데..

23층 기숙사 한강 뷰가 끝내주는 20층 방이라고 좋아하던 모습보다
엄마 아빠 가고 남은 방에 덩그러니 있을 생각하니 무섭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네

당찬 너도 설레고 긴장했던지
2시간 자고 출발했다고 했으니
곯아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너를 처음 만나던 날

긴 손가락 긴 속눈썹이 선명했던 너는
하얀 피부 덕에 배 속에서 못 얻어 먹어
등을 덮고 있던 덥수룩한 털이 더 도드라져 보였지

첫 목욕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살아보겠다고 가녀린 손으로 목욕통을 꽉 잡고 불안해하던 네 눈동자 ㅎㅎ
결국 모기만한 소리로 울어버렸을  때도 우린 모두 웃었어
신기하고 신기해서..감격스러워서..

(2.8kg로 태어난 네가 하루 6끼씩 먹을 땐
아! 사람은 역시 첫인상과 다르구나 끝까지 봐야 아는구나라고 깨달았지만ㅋ)

순둥이 그런 순둥이도 없다고
너 같은 아이는 열도 키운다고
할머니는 지금도 네 칭찬 일색이셔(나보다 할머니가 더 울먹울먹)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잘 웃고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지금까지 예쁜 짓만 하던 맏딸 떼어 놓고 오니
허전한 건 사실이네

내일 아니 오늘이구나
2박3일 사대 OT 가고
친구들도 사귀고 바삐 지내다 보면
너도 의젓한 대학생, 이제 성인이니
엄마 근심 따윈 기우가 되겠지

무심한 듯 내 일만 생각하며 사느라
해준 게 하나도 없는 못난 엄마라서 그런가
좀..좀..그렇다..
많이..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