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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야모야병

코코9999 2022. 12. 9. 17:56

인생 반절은 살아온 터라
비슷한 연령대 우리들 누구라도
살아갈 날이 더 적겠지만
시한부 인생?이어서 더 소중한 시간들 보내고 있습니다

가족력도 잊고선
뭘 그리 인정받고 사랑받겠다고
열심히도 달렸는지..

나쁜 머리를 많이 쓰고 살아서인가
내 귀에 도청장치가 아니라
내 뇌에 시한폭탄

처음부터 비싼 검사 한 번으로 끝내지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먼 병원 오라가라
이런저런 검사하다 결국 최종 정밀검진하자길래
버럭 화냈더니
똘똘해 보이는 의사
''감정을 다스리는 부분이 손상돼서 그래요~~''

이런!!!

맞나???
내 조울감이 뇌 때문이었나
묘하게 설득당하고도
수술 받으라는 진단 무시하고 삽니다

긴머리 자르는 것도 두렵고
뇌를 가르는 건 더 두렵고
수술 후 이상해진다는 풍문에 오금이 저리죠ㅎ
(이미 충분히 이상하지만 ㅋㅋㅋ)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서 피했는데 알고 보니 뇌 속의 그 녀석들이 거부한 거였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간과하지 마세요~~)

술은 원래 못 마시는데
마시면 안 된다고 해서 피하고
달짝지근한 망고링고 한 캔으로 만족

언제 쓰러질지 몰라서
유서도 써놓았죠
아직 장기기증신청은 못해 놨고(쓸 데나 있으려나)
존엄사 동의서도 좋은데
음..할 일이 많군요

암튼
사람들 좋아하고
잘 못놀지만 어울리는 거 좋아해서
바람결에라도 묻어오는 사람 냄새 좇아
피곤한 몸이라도 달려가곤 하죠
(더 많이 보고 듣고 담아 가야죠)

최근 여고 동창이 쓰러졌다고 해서
겁 좀 먹었는데
아무렴 어때요
즐겁게 살고 있고
매일 죽을 힘을 다해 살고 있으니
괜찮을 듯요
별 후회 없을 듯요

요즘 좀 머리 아픈 일들도 있고
삶은 늘 우리를 시험하지만
다 잘 될 거예요

열심히 살다 놀러 가요
잘 다녀올게요~~~

라고 말한 그녀는 수술을 받으러 가는 거였다(지인이 한 달 간 유럽 여행 다녀온다더니 유방암 수술 받고 온 거였더라구요 ㅜㅜ)는 아니고

진짜 신 나게 놀다 올게요



(걱정 마세요
저 같은 사람이 가늘고 길게 산다더라구요
ㅋㅋㅋ)


분위기 다운됐다면 죄송요
병은 알려야 된대서요

우리 눈치 보지 말고 즐기며 살자요~~~